
입력 : 2007.07.18 22:35
- 교육대학에서 학생들을 지도하시는 교수님께 들은 이야기입니다. 예전에는 교수님이 강의실에 들어가면 학생들이 바르게 앉는 시늉이라도 했는데, 어느 해부터는 교수님이 강의실에 들어가도 학생들이 여기저기서 휴대폰으로 셀카를 찍느라 어수선해 적응하기 힘드셨노라고요. 내가 올린 UCC동영상의 클릭수는 학생들의 중요한 대화소재라고 합니다. 몸단장이 되지 않으면 카메라 렌즈를 피했던 부모세대와 달리 요즘은 중고등 학생이나 대학생뿐만 아니라 유치원 아동들도 매체에‘뜨는 것’을 즐기는 세상이 되었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뜨는 것’을 교육맥락으로 가져올 수는 없을까요?
1. 유명한 사람 신문에 많아요
① 얘들아, 오늘은 유명한 사람에 대해 말해볼까? 자기가 아는 유명한 사람 이름을 말해보자. 여기저기서 손이 올라갑니다. “이승엽이요.” “아이비요.” “빌게이츠요.” 다행스럽게도 제가 아는 이름이 몇 명 나왔습니다. 하지만 몇 몇 이름은 누군지 모르겠더군요. 훌쩍, 전 앞으로 1주일 동안 아이들이 즐겨보는 개그프로그램과 시트콤을 열심히 보겠노라고 속으로 결심했답니다. 아이들이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해서야 서로 ‘통’할 수 없으니까요.
② 아이들이 말한 이름을 알아듣지 못한 것이 미안한 나머지 좋아요, 발표 잘했어요 라고 칭찬을 하며 술렁술렁 넘어갔죠. 그럼 이번에는 신문에서 유명한 사람을 찾아볼까? ‘이 사람 유명한 사람인데, 지금 신문을 보니까 생각이 났어’라고 생각되는 사람을 찾아보자.
-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초등학교 6학년 김유진 학생이 '신문에서 찾은 유명한 사람'이라는 주제로 NIE 활동을 했다.
- ③ 학생들은 열심히 신문을 넘기며 ‘노무현 대통령이요’ ‘사르코지 대통령이요’를 말하더군요. 사르코지 대통령은 프랑스의 새로운 대통령이지만, 얼마 전 수업에서 이름을 익혀둔 탓인지 아이들이 반색을 하며 이름을 말했습니다. 얼마나 신통하던지요.
④ 지연이가 “박근혜 대통령이요”라고 말했습니다. 성빈이가 “야, 대통령 아냐. 아직 선거도 안 했는데” 점잖게 아는 체를 하더군요. “그래도 우리 할머니가 대통령 감이라고 그랬어” 후후, 각 가정의 정치 성향이 NIE 수업시간에 고스란히 드러난답니다.
2. 이렇게 하면 유명해져요
① 얘들아, 어떻게 하면 유명해질까? 이 사람들은 왜 유명해졌을까? 조별로 이야기해보자. 학생들은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한 조에서 웃음이 끊이지 않아 살짝 엿들었죠. “…스캔들이 나면 유명해진다니까.” 어이쿠.
② 처음에는 ‘스캔들을 일으켜요’나 ‘범인이 되면 유명해져요’라고 장난스럽게 말하는 아이도 있었지만, 차츰 착실하게 수업에 임했습니다.
③ 채림이는 ‘재능을 발휘하면 유명해진다’고 답했습니다. 유진이는 ‘자기 자신을 가꾸려 열심히 노력하기 때문이다’ 효빈이는 ‘자기가 원하는 일이건 아니건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다’라고 의젓하게 답했죠.
3. 내가 신문에 나온다면?
① 이번에는 기사를 쓸 차례예요. 제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선생니-임, 힘들어요, 안 쓰면 안돼요?’ 항의가 들어오더군요.
② 그냥 기사가 아니야, 만약 네가 신문에 나온다면 어떻게 나오고 싶어?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 내가 신문에 실렸을 때를 상상해봐. 신나지? 그 기사를 쓰는 거야.
② 갑자기 아이들의 눈망울이 초롱초롱해지며 수업은 진지모드로 돌입했습니다. 명근이가 “선생님, 뻥이 심하게 써도 돼요?”라고 질문했습니다. 당근이지(당연하지). 저는 일부러 조금 오버해서 말했습니다. 그래야 아이들의 쑥스러움을 덜 수 있으니까요.
- ▲ 박미영 NIE협회 회장
- ③ 규진이(4년)는 재밌는 도구를 활용해 수학을 지도하는 중학교 수학교사로 자기를 소개했습니다. 주환이는 세계 1위의 부자가 된 ‘마익흐로 메신저’기업의 총수가 된 자기기사를 썼죠.
오늘 저희 반에서는 우리나라 최초 여자 대통령과 한국 최초 여성 UN 총장,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해리포터를 능가하는 베스트셀러 작가들이 탄생했습니다. 얘들아 너희들 정말로 유명해지고 싶어? 그럼 아까 너희들이 답변한 것처럼 생활하렴. 너희 스스로를 가꾸려 열심히 노력하고, 재능을 발휘하고, 최선을 다하라고.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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