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보따리/NIE 자료

신문에서 찾은 갈등

검피아줌마 2007. 7. 30. 02:19
  • 신문기사 읽고 갈등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 [재밌는 초등 NIE]
  • 박미영 NIE협회 회장
    입력 : 2007.07.25 22:35
    • 교실에 들어가니 학생들이 머리를 맞대고 기사를 보며 키득거리며 웃고 있었습니다. “쇠똥이 뭐야?”1학년 동생의 질문에 3학년 언니가 “그거 똥이야. 소가 응가한거지. 푸하하.” 라고 답하며 시끌벅적 떠들썩했습니다. 초등학생들은 본디 배설에 관련된 단어를 좋아하는데 1면에 ‘반(反) FTA 시민단체, 미국 쇠고기에 쇠똥 뿌려(조선일보 2007년 7월 14일 보도)’란 제목으로 ‘쇠똥’이 날아다니는 사진이 나왔으니 아이들이 신바람이 난 것이죠. 저는 더 신바람이 났습니다. 욘석들아, 너희들이 요렇게 좋아할 줄 알았지. 이 기사 볼래? 제가 준비한 기사를 보여주었습니다. 짜자안-, 같은 기사였거든요.



      1.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① 자, 앞에 보세요. 이게 뭐지? 아이들은 까르르 웃으며 목청 높여 말했습니다. “똥이요.”

      ② 왜 이 아저씨들이 똥을 진열장에 뿌리는지 아는 사람? 몇몇 학생들이 답했습니다. “그거요, FTA에 반대해서 그러는 거래요. TV에서 봤어요.” “농부들이 미국 쇠고기 때문에 돈을 못 벌게 되니까 그런 거예요.” 아이들은 저마다 TV에서 본 것을 말했습니다.

      ③ “선생님, 그 고기 못 먹죠?”진영이가 물었습니다. “야, 그걸 어떻게 먹냐?” “직접 고기에 부린 것이 아니라 진열장에 뿌렸으니까, 진열장을 닦으면 되잖아.” “너나 먹어.” 그 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둥 못 먹는다는 둥 몇 번 설전이 오고 갔지만, 아마 진영이도 먹을 자신이 없었는지 더 이상은 대답을 못하더군요.



    • ▲ 경기도 성남 수내초등학교 3학년 배근영 학생이 조선일보 2007년 7월 14일자‘반(反) FTA 시민단체, 미국 쇠고기에 쇠똥 뿌려’라는 기사를 선택해 NIE 활동을 했다.
    • 2. 갈등이 뭐지?

      ① 갈등이 무슨 뜻인지 아는 사람? 효연이가 손을 들었습니다. “싸우는 거요.” 좋아, 그럼 이 사진에서 갈등관계인 사람들을 찾아볼까? “농부하고 미국사람이요.” “농부하고 가게주인이요.” “미국과 한국이요.”

      ② 친구하고 갈등을 일으킨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전요 선생님, 제 짝하고 갈등이에요. 걔는요 맨날 맨날 제 이름 가지고 놀려요.” “저는요, 제 동생하고 갈등이에요, 걔하고 진짜 사이가 좋아질 수가 없어요. 동생들은 왜 그래요 선생님?” 희윤이가 입을 불쑥 내밀며 말했습니다.

      ③ 만약 친구와 갈등이 생기면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여기저기서 손이 올라왔습니다. 처음에는 “양보해요.” “제비뽑기 해요.” “가위바위보 해요” “설득해요” 란 의젓한 답변들을 말하다가 차츰 웃음소리에 묻혀 “우겨요, 삐쳐요, 울어요, 엄마한테 일러요, 애교를 떨어요.”란 답변도 나왔습니다.

      3. 신문에서 찾은 갈등

      ① 이번에는 신문에서 갈등을 나타낸 또 다른 기사나 사진을 찾아볼까? 세일이는 ‘TV 끄면 가족화목 켜져요’란 기사를 선택해 “엄마와 아이들이 갈등이에요.”라고 답했습니다. 규진이는 ‘동해와 일본해 함께 표기’ 기사에서 ‘일본과 한국의 갈등’을 찾았습니다. 현재는 ‘멸종위기 동물 1위 호랑이’ 기사를 골라 ‘사람과 호랑이의 갈등’을 설명했죠.

      ② 그런 갈등은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아이들은 저마다 도화지를 앞에 놓고 생각에 잠겼습니다. 창 밖을 내다보거나, 책상에 엎드리거나, 기사를 다시 한 번 읽으며 저마다 해결방안을 골똘히 고민하는 표정이었습니다.

    • ▲ 박미영 NIE협회 회장
    • ③ 우진이는 TV시청갈등에 대해 ‘토론을 통해 시청시간을 배분하는 가족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세일이는 ‘숙제를 다하고 TV를 본다’는 절충안을 제시했죠. 유진이는 ‘대화를 할 때는 무조건 자기가 옳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가다듬고 침착하게 이야기 한다’고 답했습니다. 주환이는 ‘부모님과 갈등이 일어났을 경우에 밥을 안 먹는 것이 최고의 효과이지만, 부모님께 상처를 입힐 수 있으므로 대화와 타협을 해야 한다’고, 수현이 역시 ‘편을 갈라 싸우는 것이 제일 나쁘고 가장 좋은 것은 상대방을 설득하는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오호, 나이 어린 아이들도 아는 ‘대화, 타협, 설득’이 왜 어른들에게는 힘든 일일까요? 이 아이들이 자라 어른이 되면 지금과는 다른 갈등해소문화가 생기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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