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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세시풍속

검피아줌마 2009. 2. 26. 12:03

한국의 세시풍속(歲時風俗)

 


■ 세시풍속이란 무엇인가?


  세시풍속은 해마다 정해진 시기에 관습적으로 행하여지는 특별한 생활행위 또는 행동양식을 말한다. ‘해마다 정해진 시기’에 행하여진다는 것은 주기적이고 반복적인 것을 뜻하며, 이것은 계절로 구분되고 다시 달로 세분되며 그 중 특정한 날은 절일로 정해져 있다. 그래서 예전에는 세시풍속을 ‘월령(月令)’ 또는 ‘시령(時令)’이라고도 하였다. ‘특별한 생활행위’는 일상적인 행위와 구분되는 것으로서 여기에는 의례(儀禮)적 성격이 함축되어 있다. 그리고 행위의 주체는 집단으로서 생활공동체, 곧 좁게는 가정과 마을이며 넓게는 사회 또는 국가로 확대되기도 한다.

  세시풍속은 달리 연중행사로도 불리지만 현대에 발생한 연중행사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를 현대적인 의미의 세시풍속으로 규정지을 수도 있겠지만, 세시풍속의 의미를 토착화되어 오랜 생활문화를 이루고 있는 의례적 관습이라는 점에서 본다면, 현대의 연중행사는 종래 세시풍속의 개념과는 괴리가 있는 것이다.

  또한 세시(歲時)와 같은 뜻으로 쓰이고 있는 월령이나 시령도 실제 용어의 사용에 있어서는 다소의 개념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모두 연중행사를 지칭하고 있는 점에서는 공통적이지만 세시가 절일, 곧 명절에 비중을 두고 있다면 월령이나 시령은 농가의 연간행사에 보다 큰 비중을 두고 있다. 그리고 월령은 전국적으로 시행되는 준칙으로서 규범성과 일반성을 지니는 데 비해 세시는 일반성과 함께 지역적 특성까지 고려하고 있어 다양성을 지닌다.

우리나라 세시풍속의 역법은 달이 차고 기울어지는 위상(位相) 변화인 삭망월(朔望月)과 계절의 변화인 회귀년(回歸年)을 적당히 조정해서 엮은 중국력의 태음태양력법(太陰太陽曆法)을 사용하고 있다. 24절기는 계절을 세분한 것으로, 계절은 태양의 하늘의 위치를 나타내는 황경(黃經)에 따라 변동하기 때문에 24절기의 날짜는 해마다 양력으로는 거의 같게 되지만 음력으로는 조금씩 달라진다. 따라서 농사는 적절한 때를 맞추어 지어야 하므로 태음력보다 정확한 태양력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어촌에서는 밀물과 썰물의 변화가 음력 날짜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음력이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요컨대 세시가 절일 중심이라면 월령․시령은 절기 중심으로 농사력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세시의 개념은 좁은 의미로는 절일을 지칭하며, 넓게는 생산력, 특히 농사력을 포함한다 할 수 있다. 이는 달리 표현하여 휴식의 세시와 일(노동)의 세시로 표현될 수 있으며 양자는 서로 맞물려 있다.

  일의 세시는 생업에 따라 그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 생업은 자연환경, 곧 기후와 지리적 조건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에 지역에 따라 세시풍속의 양상이 달리 나타나기도 한다. 예컨대 어촌과 농촌의 세시풍속은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며, 또한 밭농사를 주로 하는 북부지방에서는 단오가 추석보다 큰 명절로 쇠는 데 비해 벼농사를 주로 하는 남부 지방에서는 추석을 크게 쇠고 있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의 세시는 농경세시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일의 세시에 의해서 휴식의 세시가 설정되어 있다. 곧, 휴식의 세시로 표현될 수 있는 절일은 농한기에 정해져 있으며, 농사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계절의 추이와 더불어 진행되는 곡물의 생산과정과 같이 명절도 계절별로 봄의 설과 대보름, 여름의 단오, 가을의 추석, 겨울의 동지와 같이 배치되어 있다. 그리하여 농사의 시작 이전인 설과 대보름에는 한 해 농사가 잘되기를 미리 기원하고, 씨를 뿌린 뒤 단오에는 곡물이 잘 자라기를, 김매기가 끝나고 수확기인 추석에는 추수의 감사를 위한 의례와 행사를 하는 것이다. 

  일의 세시가 보다 일상적인 생활행위에 가깝다면 절일은 특별한 생활행위에 해당한다. 명절에는 새옷으로 단장하고 시절식을 장만하여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고, 집안신과 마을신에게 고사를 지내며, 여러 가지 놀이와 행사로 집안과 마을의 평안과 풍요를 기원하며 즐겁게 보낸다. 이러한 특별한 생활행위는 개인적 차원이 아닌 사회적 차원에서 공감대를 형성, 되풀이되는 의례적 집단행위이므로 세시풍속을 ‘주기 전승(週期傳承)의 의례적 행위’라 규정하는 것이다.

  이처럼 농사의 생산과정에 참참이 들어 있는 명절은 생산활동에 리듬을 주어 생산력을 높이고 일상생활에 활력을 주는 기능을 한다. 또한 공동제의와 집단놀이를 통해서 지역의 단합 내지 일체감을 고양시키고 나아가 사회적 결속을 공고히 하는 기능도 한다. 


■ 세시풍속의 내용과 의미


  세시풍속은 흔히 4계절 12달로 나누어, 봄은 음력 1․2․3월, 여름은 4․5․6월, 가을은 7․8․9월, 겨울은 10․11․12월에 설정하고 있다. 그리고 생활력으로 사용하고 있는 음력은 달의 위상 변화에만 의존해서 엮은 역법이므로 실제로 계절과 달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으므로 3년에 한 번씩 윤달을 두어 대략 계절에 맞추고 있다. 일년 열두 달에는 달마다 절일과 절기를 두고 있다.

  각 절일에는 제의와 놀이, 점복, 기타 기복(祈福)․기양(祈禳) 행위 등이 수반되며, 그 목적은 생업의 풍요, 집안과 마을의 안과태평(安過太平), 개인의 건강과 복을 기원하는 데 있다.

  세시제의로는 차례와 집안고사, 동제 등이 행해지고 있다. 차례는 조상에게 달과 계절, 해가 바뀌고 찾아왔음을 알림과 동시에 시절식을 천신(薦新)하는 의례로 각 절일마다 행해진다. 특히 설․한식․단오․추석 등과 같은 계절적 명절에는 차례와 함께 성묘가 행해짐으로써 추원보본(追遠報本)의 조상숭배 관념이 강하게 지켜지고 있다.

  세시놀이는 단순한 오락적 차원의 것이 아니라 의례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집단적인 편싸움의 경우는 대개 농사의 풍요의례이며, 개인적인 놀이의 경우는 액막이나 악귀 퇴치 등의 신앙적 의미가 들어 있다. 이러한 신앙적 의미는 반드시 정해진 시기를 지켜야만 유효한 것이고 이는 또한 휴식과 일의 구분을 명확히 하는 의미도 지닌다. 예컨대 <액풀이노래>에 “1월에 드는 액은 정월이라 대보름날 액맥이연에 막아내고”, “5월에 드는 액은 5월이라 단오날 그네줄로 묶어내고”와 같이 대보름의 연줄이나 단오의 그네줄을 끊어버리는 것은 액막이와 함께 다음 농사일에 들어가기 위한 채비라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세시점복은 주로 생업, 특히 농사의 길흉을 알아보는 농사점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개인적인 신수점의 경우는 정초에만 행해진다.

  세시음식은 시절식이라 하여 제철에 나는 음식으로 절일을 맞아 그 뜻을 기리면서 만들어 먹는 음식으로 천신(薦新) 관념, 곧 조상숭배 관념과 함께 기복과 기풍, 벽사(辟邪) 등의 의미가 깃들어 있다.

  한편 조선시대에는 절일제(節日製)라 하여 인일․상사․칠석․중양에 성균관 및 지방 유생을 대상으로 시험을 실시하였다. 주로 중국 영향으로 형성된 중일(重日)명절에 실시한 점으로 보아 중일명절은 민간에서보다 관(官)과 상층에서 중요시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세시풍속 자료에도 일반 서민들은 대보름․백중․추석 등 보름명절을 크게 여겼던 것으로 나타난다.

  이상과 같이 세시풍속은 그 의례적 행위가 개인과 가정, 마을 단위로 나뉘어 행해지며, 그 기원의 내용은 결국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설】

  설은 원일(元日) 또는 원정(元正)․세수(歲首)라고도 한다. 설은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날이다. ≪열양세시기≫에 의하면 3일 파시(罷市)라 하여 설날부터 3일까지 관청과 시장이 문을 닫고 쉬었는데 이러한 풍속은 오늘날도 마찬가지로 설 전후 3일 간을 공식적인 국가공휴일로 지정하여 지내오고 있다.

  설은 새로운 시간적 질서 속으로 들어가는 출발점이므로 모든 것을 조심하고 근신하며 경건하게 지낸다. 좋은 말을 하고 좋은 소리를 듣고 좋은 일을 하며, 나쁜 것은 범접하지 못하도록 예방하여 한 해를 행복하게 지낼 수 있도록 모든 준비를 철저히 한다. 그래서 설을 ‘삼가는 날’이라는 뜻으로 신일(愼日)이라고도 하였다. 여자들은 바깥출입을 삼가고 놀이도 윷놀이나 널뛰기 등 주로 집안에서 하는 개인놀이를 하였다.

  설에는 새해 인사와 함께 한 해의 복을 기원하고 액을 막는 행위들이 개인이나 집안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설날에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설빔으로 갈아입고 새해 첫인사를 올리는 일이다. 각 가정에서는 조상에 세찬을 올리고 새해 인사를 드리면서 조상의 음덕을 기리는 차례를 지내고 이어서 부모님께 세배를 드리고, 일가친척이나 동네 어른들께도 세배를 한다. 지역에 따라서는 직접 조상의 묘소를 찾아 새해 인사를 올리는데 이를 햇세배라 한다. 세배 때는 상대가 잘되기를 비는 덕담(德談)을 나누는데, 이는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이 있듯이 기원하는 말대로 그렇게 되어지리라 믿는 주술적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

  또한 마을 수호신에게 마을의 안녕과 평안을 비는 동제를 지내기도 한다. 점복으로는 설날 첫새벽에 처음 듣는 짐승의 울음소리로 1년의 운수를 점치는 청참(聽讖)을 비롯하여 정초에 보는 오행점․윷점․토정비결 등의 신수점이 있다.

  시절식으로는 흰떡국․만두․약식․인절미․과정류(강정 등)․전유어․식혜․수정과․술(찬술) 등이 있는데, 이 가운데 흰떡국이 대표적이다. 떡국을 먹음으로써 나이를 한 살 먹는 것으로 친다. 흰떡국은 흰색이 상징하는 신성함․정(淨)함의 의미를 지니며 떡국의 모양이 동전 같은 것은 돈을 많이 벌라는 의미로 해석하기도 한다. 세주(歲酒)로는 약제를 술에 넣어 담근 도소주(屠蘇酒)와 초백주(椒柏酒)가 있었으며, 설날에 이 술을 마시면 괴질과 사기(邪氣)를 물리치며 장수한다고 한다. 주로 상류층에서 마셨고, 민간에서는 청주를 데우지 않고 찬술로 마셨다.



【대보름】

  대보름은 설날이 12지일로 연결되는, 설과 연장선상에 있는 명절이다. 대보름을 새해로 여기는 관습이 있기 때문에 설과 중복되는 행사가 있기도 하지만, 설날이 개인 단위의 행사가 중심이라면 대보름은 마을 단위의 집단적 행사가 중심을 이루며 연중 가장 큰 만월 축제가 거행된다. 풍요를 예축(豫祝)하는 집단적인 대보름 행사는 대보름의 가장 중요한 의식인 달맞이로부터 시작된다. 달맞이를 하기 전에 쥐불놀이를 할 수 없었던 것은 달맞이가 신성한 제의임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다. 

  대보름날 제의로는 마을 수호신에게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동제를 올린다. 가정의례로는 안택, 용왕빌기 등이 행해진다.

  대보름놀이로는 줄다리기․달집태우기․쥐불놀이․홰(횃불)싸움․돌싸움(석전)․윷놀이․널뛰기․소놀이․강강술래․놋다리밟기․지신밟기․고싸움․차전놀이․기세배․사자놀이․오광대놀이 등이 있다. 대보름날 밤의 집단놀이는 달이 뜨면서 달맞이 행사로 시작되어 쥐불놀이로 진행되고 횃불싸움, 돌싸움으로 번지는 놀이의 연쇄성과 점층성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놀이의 전개는 풍요의 점층법적인 강조이기도 하다. 

 기풍․기복행위로는 볏가릿대〔禾竿〕세우기․오곡밥과 마른나물․용알뜨기․백가반(百家飯)․나무 아홉 짐 하고 밥 아홉 번 먹기․과일나무 시집보내기․달맞이․다리밟기 등이 있고, 액막이로 제웅치기․액연날리기․더위팔기․개보름쇠기 등이 있다.

  농사점으로는 달이 떠오르는 시간, 방위와 위치, 빛깔, 모양 등을 기준으로 하는 달점을 비롯하여 달집태우기․달불이 등 주로 달을 대상으로 한 점복행위라는 점이 특징이다.

  대보름 절식으로는 오곡밥과 묵은나물, 복쌈․약식․부럼․귀밝이술 등이 있다. 오곡밥에는 그 해의 곡식이 잘 되기를 바라는 뜻에서 농사지은 곡식을 종류별로 모두 넣어서 지었다.


【한식】

  한식은 설날․단오․추석과 함께 4대 명절의 하나로 여긴다. 양력 4월 5, 6일경으로 청명과 같은 날이거나 하루 뒤에 든다. 음력으로는 2월에 들기도 하고 3월에 들기도 한다. 오늘날 공휴일로 정해진 식목일과도 겹치게 되는데 이때는 나무심기에도 적절한 시기이다. 대부분의 농가에서는 청명을 기하여서 채소 씨를 뿌리고, 논농사의 준비작업을 하는 등 봄일을 시작하므로 이날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였다.

  한식에는 명절 제사를 지내고 조상의 산소를 찾아 성묘를 한다. 산소의 허물어진 곳이 있으면 흙을 덮어 고치고, 떼를 입히고 또 나무를 심기도 한다. 

  조선시대에는 이날 대궐에서 느릅나무나 버드나무에 불을 일으켜 임금에게 올리면 그 불씨를 모든 관청과 대신들 집에 나누어 주는 풍속이 있었다. 최남선(崔南善)은 한식의 풍속을 고대의 종교적 의미로 해석하여, 해마다 봄에 신화(新火)를 만들어 구화(舊火)를 금지하던 예속(禮俗)에서 나온 것으로 보았다. 이 외에 개자추전설(介子推傳說)과 관련하여 그를 애도하는 뜻에서 불을 금하고 찬밥을 먹는 풍속이 생겼다는 이야기도 있다.

  일기점으로 이날 천둥이 치면 흉년이 들고 나라에 불상사가 일어난다고 믿어 매우 꺼린다


【단오】

  단오는 수릿날․중오절(重五節)․천중절(天中節)․단양(端陽)으로도 불린다. 단(端)은 초(初)의 뜻이고, 오(午)는 五(오)와 상통하던 글자로서 단오는 초닷새를 뜻한다. ‘수리’란 말은 上(상)․高(고)․峰(봉)․神(신) 등을 의미하고 있어, 수릿날은 상일(上日)․신일(神日)의 뜻이라고 한다. 또한 이날 수리취로 떡을 해먹고 떡의 모양이 수레바퀴 모양이라는 데서 그 수리란 말이 생겼고, 또 이날 밥을 수뢰(水賴)에 던져 굴원을 제사하던 풍속에서 그 연원을 찾기도 한다. 단오는 여름을 대표하는 명절로 일년 중 가장 양기가 왕성한 날이라 하여 큰 명절로 여겨왔으며 조선 중종 때는 설․추석과 함께 3대 명절로 정해진 적도 있다.

  단오는 이 무렵이면 모내기가 끝남으로써 고된 농사일의 한 고비를 넘기고 맞는 큰 명절이다. 단오는 이북지역에서는 큰 명절로 여겨 행사를 크게 치르고 있으나 중부이남 지역에서는 모내기로 바쁜 시기라 그다지 큰 명절로 여기지 않는다.

  단오날은 사당에 차례를 지내고 농작물의 성장이 잘 되기를 비는 성장의례가 동제로 행해진다. 강릉․삼척․군위․안변 등지에서 단오제를 크게 지냈는데, 강릉․자인(경산)․전주 등지에서는 오늘날도 단오굿을 성대하게 치르고 있다. 단오제 때에는 난장이 여러 날 동안 크게 서고 이때 각종 놀이대회가 개최된다. 그밖에 기풍행위로 이날 ‘대추나무 시집보내기’라 하여 나뭇가지 사이데 돌을 끼워 과실의 풍요를 기원한다.

  단오의 대표적인 놀이는 그네와 씨름이다. 4월 초파일날 맨 그네는 단오날 끊어 버린다. 단오를 크게 쇠지 않는 지역에서는 일반적으로 씨름은 하지 않아도 그네는 뛴다.

  단오는 여자들의 명절이라고도 하는데 특히 이날은 미용과 관련된 풍속이 많다. 단오빔〔端午粧〕이라 하여 이날 창포의 뿌리와 줄기를 삶은 물로 머리를 감고 또 이 물로 목욕을 하기도 하고, 또 창포 뿌리를 깎아 비녀를 만들어 머리에 꽂는다. 비녀 양쪽에는 붉은 연지를 바르거나 壽(수)․福(복) 자를 쓰기도 하였는데 이는 악귀를 쫒고 복을 비는 의미에서이다. 창포에는 방향성 물질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미용에도 이용된 것이기도 하지만 그 냄새가 벽사의 기능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밖에 상추 이슬을 받아 분아 개어 얼굴에 바르기도 하였다.

  단오는 더위가 시작되는 계절이라 더위를 이기고 몸을 보호하며 액을 막기 위한 풍속도 여러 가지가 전한다. 대궐에서는 내의원에서 약재를 넣어 만든 청량음료로 더위에 효과가 있다고 하는 제호탕(醍醐湯)을 진상하였고, 신하들에게 단오부채〔端午扇)과 쑥호랑이〔艾虎〕를 하사하였으며, ‘천중부적(天中符籍)을 만들어 궐 안의 문설주에 붙였다. 그리고 민가에서는 이날 오시(午時)에 쑥과 익모초를 뜯는다. 일년 중에서 가장 양기가 왕성한 날인 단옷날 중에서도 오시가 가장 양기가 왕성한 시각이기 때문이다. 익모초는 식욕을 왕성하게 하고 몸을 보호하는 데 효과가 있다. 쑥은 뜯어서 떡을 하고 또 창포탕에 함께 넣어 삶기도 한다. 곳에 따라서는 이른 아침에 쑥을 베어다가 묶어 문 옆에 세워두기도 한다. 또한 쑥잎을 머리에 꽂기도 한다. 이는 쑥이 벽사(辟邪)에 효과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단오의 절식으로는 수리취떡과 쑥떡, 창포주가 있다. 수리취떡은 차륜병(車輪餠)이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떡을 수릿날을 상징하여 수레바퀴 모양으로 찍어낸 데서 유래한 것이다. 수리취떡이나 쑥떡은 재액을 물리치기 위하여 수리취나 쑥을 넣어 만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추석】

  추석은 가배․가위․한가위 또는 중추절(仲秋節)이라고도 한다. 가을의 대표적인 명절이다. 한가위는 정월 대보름과 함께 양대 대보름 명절로 정월대보름이 농사력이 시작되는 한 해의 첫 보름이라면, 한가위는 농사력이 마무리되는 보름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이때는 봄부터 여름 동안 가꾼 곡식과 과일의 수확의 계절이고 기후 또한 춥도 덥도 않은 알맞은 계절이며 한 해 중 가장 큰 만월을 맞이하게 되어 모든 것이 넉넉하고 흡족하다. 그래서 속담에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전해오고 있다.

  추석에는 추석빔으로 갈아입고 햇곡식과 햇과일로 음식을 장만하여 차례를 지내고 조상의 산소에 가서 성묘를 한다. 추석 차례상에는 설날의 흰 떡국 대신 송편을 올리기 때문에 추석 차례를 송편 차례라고도 한다. 추석은 햇곡식을 먼저 조상에게 먼저 천신한 다음에 먹기 때문에 추석 차례가 천신을 겸하게 되는 수도 있다.

  추석의 놀이로는 농악놀이와 함께 소놀이․거북놀이와 여자들의 강강술래, 아이들의 원놀이 등이 있고 그밖에 씨름․활쏘기, 제주도의 줄다리기인 조리희(照里戱), 남도지방의 닭싸움․소싸움 등이 있다.

  기풍의례로 올게심니가 있다. 그해 농사에서 가장 잘 익은 곡식으로 벼․수수․조〔粟〕 등의 목을 골라 뽑아다가 묶어서 기둥․방문 위나 벽에 걸어놓거나, 또는 잘 익은 나락을 훓어 쪄서 메를 지어 조상에게 천신(薦新)한다. 풍년을 기원하고 조상의 은혜에 감사하는 뜻이 담겨 있다.

  농점으로 추석날의 일기를 보아 풍흉을 점친다. 추석날은 일기가 청명해서 밝아야 좋다. 비가 내리면 흉년이 든다고 해서 불길한 징조로 삼고 있다. 

  추석절식으로 송편과 토란국 등이 대표적이다. 토란국은 주로 서울․중부지역에서 절식으로 먹는다. 추석 송편은 올벼로 만든 송편이라 해서 올벼송편(오려송편)이라고 한다. 송편 속에는 콩․팥․밤․대추 등을 놓는데 모두 햇것으로 한다. 추석 술은 백주(白酒)라고 하여 햅쌀로 빚기 때문에 신도주(新稻酒)라 하였다.

  추석 때면 농가도 잠시 한가하고 인심도 풍부한 때이므로 며느리에게 말미를 주어 친정에 근친을 가게 한다. 떡을 하고 술병을 들고 닭이나 달걀꾸러미를 들고 친정에 근친을 가서 혈육과 회포를 푸는 기회를 가졌다.


【동지】

  동지는 겨울을 대표하는 명절이다. 24절기의 하나로 대설과 소한 사이에 있으며 음력 11월 중, 양력 12월 22일경이다. 일년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다. 동지를 기점으로 낮이 점차 길어지므로 옛사람들은 이날을 태양의 부활을 뜻하는 날로 여겨 새로운 한 해의 시작으로 보았다. 그래서 동지를 ‘작은 설〔亞歲〕’이라 하였고, 동지를 쇠면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고 하였다. 

  동짓날에는 사당에 동지절식으로 팥죽을 올리고 차례를 지낸다. 그런 다음 집안 곳곳에 모신 가신들에게도 팥죽을 놓은 후 식구들이 먹는다. 동지팥죽에는 찹쌀로 단자(團子)를 만들어 넣어 끓이는데 이를 ‘새알심’이라 부른다. 동지팥죽은 팥의 붉은 색이 귀신을 쫒는 기능이 있다고 믿어 대문이나 집안 곳곳에 뿌리기도 한다.

  동짓달에 동지가 초승에 들면 애동지, 중순에 들면 중동지, 그믐께 들면 노동지라고 하는데, 속설에 애동지에는 아이가 많이 죽는다고 하여 일반적으로 팥죽을 쑤지 않는다. 동지팥죽은 이웃에 돌려가며 서로 나누어 먹기도 한다.

  액막이로 동지부적을 만들어 악귀를 쫒고, 뱀 ‘蛇(사)’자를 써서 벽이나 기둥에 거꾸로 붙여 뱀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풍습이 있다.

  ‘단오의 부채요 동지의 책력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동짓날에 대궐에서는 새해 달력을 백관에게 나누어 주었으며 . 동짓날이 부흥을 뜻하고 이날부터 태양이 점점 오래 머물게 되어 날이 길어지므로 한 해의 시작으로 보고 새 달력을 만들어 가졌던 것이다. 오늘날도 양력 11월 하순경부터 각 기관․단체에서 직원과 손님에게 달력을 선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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