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보따리/찾아보자 설화·전설

천제연과 효자 청년

검피아줌마 2007. 10. 8. 11:27
[통권19]숨겨진제주의 설화 - 천제연과 효자 청년


 

중문 서편에는 천제연이라 불리는 폭포가 있는데 이 폭포의 바위틈에서 솟아나는 맑은 물로 온갖 제기(제사 때 쓰는 그릇.)를 씻고 제물도 만들어 하늘에 제사를 지내었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그러한 풍습이 사라진지 오래지만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는 전설은 상당히 흥미롭다.

옛날 중문이라는 마을에 한 농부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 농부는 결혼을 한지 십여 년이 지나도 자식이 없어 걱정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부부는 밤마다 천제연을 찾아가 정성을 다하여 기도를 드려 옥동자를 낳았습니다. 아기는 무럭무럭 자라 어느덧 서당엘 다니기 시작하였습니다. 소년은 천자문부터 사서삼경에 이르기까지 남보다 빠르게 깨우쳤음은 물론, 효성도 지극하여 부모는 물론 이웃 마을에서까지 칭송이 자자했습니다. 그런데 소년이 17

세가 되던 해에 그 아버지가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소년은 관을 부여잡고 통곡을 하였고, 장사를 지낸 후에 묘소에 움막을 짓고 삼년을 지내다 내려와 다시 글을 읽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어머니가 이상한 병으로 실명을 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그는 조금도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오직 어머니 병간호에 정성을 다하였습니다. 그는 글공부를 그만두고 새벽이 되기 전부터 천제연으로 나가 맑은 물소리를 들으면서 하늘에 기도를 드렸습니다.

“하나님, 제 잘못을 벌하여 주시고 제 어머니의 병을 낫게 하여 주세요. 제가 세상에 대한 욕심이 많아서 공부를 헛되이 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용서하여 주세요.”

그의 기도는 열흘이 지나고 스무날이 지나도 계속 되었습니다. 낮에는 정성으로 병간호를 하면서 효험이 있다는 약은 백리를 가서도 구해다 드리고, 새벽이 되면 천제연 폭포로 가서 기도를 드리며 3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어느 날 눈발이 휘날리며 매서운 바람이 부는 겨울 새벽이었습니다. 기도를 드리고 있는데 갑자기 바람과 눈이 멎고 사방이 고요해 지면서 눈앞에 불빛이 번쩍하였습니다. 고개를 들어보니 저 멀리 하늘에서 이상한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올라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기특하다. 너의 정성이 네 어머니를 구할 것이다.”

그는 혹시 꿈이 아닌가 싶어 눈을 비벼봤지만 틀림없는 생시였다.

“너의 정성이 갸륵하여 내가 네 어미의 병을 낫게 하겠노라. 이로써 모든 사람들이 네 효심을 본받아 세상의 풍습을 아름답게 이루기를 바라노라. 이는 네가 과거를 보고 벼슬을 하여 백성들을 다스리는 일보다 더욱 소중한 이리니라.”

  “다시 이르노니 너는 이제 글에만 뜻을 두지 말고 그 글을 직접 행하는 일에 마음과 몸을 바쳐라. 아는 일은 쉬우나 행하는 일은 어려우니라.” 

말이 끝나자 전과 같이 눈바람이 몰아치는 추운 날씨로 변하였습니다. 그는 아까 들었던 말을 되새기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어머니가 자리에서 일어나 아침을 준비하고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는 너무 놀라.

“어머니 이게 어찌된 일입니까?”

“글쎄다. 어쩐지 일어나고 싶더구나. 그런데 앞이 환하게 보이는 게 아니니. 꼭 오랜 잠에서 깬 기분이더구나.”

  그는 천제연 폭포 앞에서 들었던 그 목소리가 생각이 났습니다.

“어머님, 이는 하느님이 우리를 도와주신 겁니다. 제게 큰일을 하도록 명령을 해주셨습니다.”

그는 들었던 모든 이야기를 어머님께 해드리고, 이제부터 글공부를 그만 두고 자기가 할 일을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래, 너는 바로 하늘이 준 자식이다. 그 천제연폭포에 가서 하늘께 기도를 드려 너를 얻었으니, 너는 마땅히 하늘의 명대로 살아야 하는 거다.”

그로부터 그는 글공부를 그만두고 몸소 착한 일을 찾아하면서 살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누구나 그를 따르게 되었고 마을에는 차차 아름다운 미풍양속이 곁들어지게 되었습니다.

열번의 계획보다 한번의 실천이 더 중요한 것입니다. 공부를 열심히 함으로써 부모님에게 효도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매순간 부모님에게 효를 실천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입니다. 지식을 쌓아 사람들의 본보기가 되는 것 또한 중요하지만 마음으로 실천하여 사람들의 본보기가 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입니다. 오늘부터 부모님을 위해 착한일 한가지 씩 시작해 보는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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