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옛날 제주 모슬포에 한 해녀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해녀는 누구나 거쳐야 하는 마마를 겪지 않고 오래도록 건강하게 장수했고, '산호해녀'라는 별칭이 있었답니다. 뭔가 신기한 얘기가 숨어 있을 것 같죠? 바다거북을 만나면서 시작된 산호해녀 이야기 들어 보실래요?
어느 날 한 해녀가 금로포(남제주군 안덕면 사계리)에 물질을 하러 가게되었습니다. 그 때, 우연히 바닷가 웅덩이에 빠져 있는 대모(바다거북의 일종)를 발견하게 되었어요. 밀물에 올라왔다가 물이 빠지자 미처 바다로 나가지 못한 것이 분명했죠. 해녀는 불쌍한 생각이 들어, 대모를 잡아서 바다에 놓아주었습니다. 목숨을 건진 대모는 기쁜 듯 바다를 향해 힘껏 헤엄쳐 갔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잠시 멈춰 서더니 감사의 절이라도 하듯 뒤돌아서 머리를 까딱까딱하고는 유유히 물 속으로 사라졌어요.
바다거북을 살려준 며칠 후, 해녀는 여느 때와 같이 전복을 따기 위해 용머리(남제주군 안덕면 사계리) 아래로 물질을 나갔답니다. 큰 전복을 따려고 깊은 물 속으로 잠수하여 얼마간을 들어갔죠. 한참을 들어갔는데 조개들로 장식된 반짝반짝 빛나는 집이 눈앞에 펼쳐지는 게 아니겠어요. 꿈에서나 봤을 법한 용궁이….
해녀는 "이게 웬 대궐인가?"생각하며, 내심 놀라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해 좀더 깊이 들어가 보았습니다. 바다 속 그곳엔 기이한 꽃들이 만발하고, 화려하고 으리으리하게 치장한 궁궐이 웅장한 기운을 내뿜으며 자리잡고 있었어요.
해녀는 전복을 캐는 것도 잊어버린 채 바다 속 궁궐에 홀려버린 듯 대문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이 때 갑자기 문이 열리며 기품 있는 부인이 나오더니, "내 자식을 살려줘서 뭐라 고마운 말씀 다 이를 수 없습니다. 어서 들어오십시오."하며 해녀를 반겼답니다.
해녀는 영문도 모른 채 후하게 대접을 받았고 그 부인으로부터 "이 꽃만 있으면 마마는 면할 수 있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꽃 한송이를 선물 받아 돌아왔답니다.
바다에서 나온 해녀는 마치 꿈을 꾼 것처럼 정신이 몽롱했어요. 그러나, 해녀의 손에는 정말로 산호꽃이 쥐어져 있었죠. 해녀는 바다거북과의 인연과 후하게 대접받은 용궁을 생각하며 그 꽃을 소중히 간직했습니다. 과연 그 꽃 때문이었는지 해녀는 늙어 죽을 때까지 마마를 앓지 않고, 오래오래 장수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마을에서는 이 해녀를 산호해녀라 부르게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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