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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역사교실 - 무속의 고향 제주

검피아줌마 2009. 6. 8. 14:53

 제주 4.3 사업소의 역사교실 5회차 수업이다.

주제는 '무속의 고향, 제주'

 

 

 

   신들과 얼싸안고 살아온 제주인

     척박한 제주의 자연 속에서도 삼무(三無: 도둑, 거지, 대문이 없다)의 섬이라 불리울 정도로 서로 신뢰하고 도우며 살았던 제주인의 정신적 지주는 민간신앙인 굿에서 그 형태를 찾아 볼 수 있어요. 1만 8천의 신은 무한한 상상력의 표현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풀어야 할 한이 많다는 얘기도 돼요.

 

    일반적으로 굿이란 ‘무당이 제물과 춤으로 신을 불러 만나고 소원을 비는 무속적인 행위’를 뜻해요. 굿은 가정과 개인의 길흉화복을 비는 일반적인 굿과 마을 단위로 행해지는 당굿으로 크게 나눌 수 있어요.

     하지만 신들의 고향 제주에서 만난 굿은 단순히 무당이 춤추고 제물을 바치는 의식이 아니랍니다. 굿을 통해 마을의 공동체 의식을 강화시키고 서로의 힘겨움을 어루만졌던 제주사회를 이끌어온 정신적인 믿음이에요. 굿판이 벌어지면 신과 인간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야기와 춤으로 표현해요. 그 속에서 가슴 속 응어리를 풀어내고 마을사람들이 함께 신명나게 놀았던 어울림 마당이 굿이에요.

 

    제주 신화에서 신은 생활 속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신이 된 경우가 많고 여신들이 유난히 많이 등장하며 독립적인 힘을 가지고 있어요.

    신들이 관계된 설화는 제주의 굿을 통해 그 이야기를 풀어내었고 제주사람들은 이러한 이야기를 ‘본풀이’라고 해요. 본풀이에는 ‘신화 속 특정 이야기에 따라 이런 굿을 하게 되었다’는 굿의 뿌리를 알게 해주는 사설(이야기)이 반드시 들어가 있어요.  다른 지방의 굿이 춤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다면 제주의 굿은 신이 내린 이야기를 풀어내는 사설이 길고 깊다는 점이 달라요.


    제주도에서는 무당을 ‘심방’이라 불러요. ‘심방’은 노래와 춤으로 굿을 하며 ‘소미’가 심방을 도와 악기를 치거나 간단한 소원을 말해요. 소미가 치는 악기를 ‘연물’이라 해요. 제주도 굿에 쓰이는 연물에는 ‘장귀’라 불리는 장구와 북, 설 쇠, 대영(징)이 있어요.

 

 

아이들과 굿판을 벌이고 싶었으나 여건이 허락되지 않았다.

기메를 만들기엔 교사의 솜씨가 ㅠㅠ

그래서 한지에다가 소원쓰기로 대체하였다.

 

 

길다란 벽면에 각자의 소원을 쓰고 늘어놓았다.

 

<오늘이> 라는 책이 있다.

오늘이는 제주의 계절 근원신화인 '원천강 본풀이'를 바탕으로 펴낸 그림책이다.

그 내용을 보면,

  

 

아득한 옛날, 적막한 들에 여자아이 하나가 외로이 나타났다. 옥처럼 고운 아이였다. 그 아이를 발견한 사람들이 물었다.

“너는 어떠한 아이냐? 이름은 뭐야? 어디서 왔니?”

“저는 부모님도 모르고 이름도 성도 나이도 모릅니다. 그냥 이 들에서 태어나 여기서 살아왔어요.”

“지금까지 혼자 어떻게 살아왔단 말이냐?”

“하늘에서 학이 날아와 한 날개를 깔아주고 한 날개를 덮어주고 먹을 것을 가져다줘서 이렇게 살아왔답니다.”

“그렇다면 네가 오늘 우리를 만났으니 오늘을 생일로 삼고 이름도 오늘이라고 짓자꾸나.”

 

 

이렇게 하여 오늘이라고 불리게 된 아이는 사람들을 따라 마을로 들어와 살게 되었다. 가족끼리 정겹게 어울려 사는 사람들을 보니 새삼 부모에 대한 그리움이 짙어갔다.

‘나의 부모님은 어떤 분일까? 지금 어디에 계실까?’

그렇게 세월이 흘러 철이 들 무렵이었다. 오늘이를 친손주처럼 돌보아 주던 백씨부인이 어느 날 아침 오늘이를 불러 말했다.

 

“오늘아, 부모님이 보고 싶지 않니?”

“어찌 보고 싶지 않겠습니까? 부모님을 한번만 뵐 수 있다면 죽어도 한이 없겠어요.”

“어젯밤 꿈에 내가 너희 부모님을 만났구나. 네 부모님은 지금 신관 선녀가 되어 원천강을 지키고 계신다.”

“할머니. 원천강은 어느 곳인가요. 가는 길을 알려주세요.”

“거기는 네가 갈 만한 곳이 아닌데……”

“꼭 부모님을 만나고 싶습니다. 길을 알려주세요.”

“정히 그렇거든 남쪽 길로 내려가 흰모래 마을을 찾아가 별층당에서 글을 읽고 있는 도령한테 길을 물어보거라.”

“고맙습니다.”

 

 

오늘이는 바로 길을 나섰다. 남쪽으로 길을 잡아 하루 종일 걸으니 흰모래 펼쳐진 옆에 우뚝 선 별층당이 나타나고 글 읽는 소리가 들렸다. 사람을 찾으니 푸른 옷을 입은 도령이 나왔다.

“저는 오늘이라고 합니다. 부모님을 찾아서 원천강을 가고자 하니 길을 알려주세요.”

“저는 장상이랍니다. 원천강은 아주 먼 곳이지요. 서쪽으로 가서 연화못을 찾아 연못 옆에 서 있는 연꽃 나무에게 길을 물어보면 가는 길을 알 수 있을 거예요.”

그러면서 한 가지 부탁을 덧붙였다.

“원천강에 가시거든 제 사연도 좀 알아봐 주세요. 왜 밤낮 여기에 앉아서 글만 읽어야 하고 집 밖으로 나갈 수 없는지를요.”

“꼭 알아다 드릴께요.”

 

 

그날 밤을 별층당 빈 방에서 묵은 오늘이는 다음날 아침 일찍 서쪽으로 길을 떠났다. 꼬박 한 나절을 가다 보니 맑은 연못이 있는데 그 옆에 탐스러운 연꽃 한 송이를 피우고 서 있는 나무가 있었다.

“연꽃나무야, 말 좀 물어볼께. 어디로 가야 원천강에 갈 수 있니?”

“원천강에는 무엇하러 가나요?”

“그곳에 우리 부모님이 계시다기에 만나러 가는 길이야.”

“저 아랫길로 곧장 가다 보면 청수 바닷가에 큰 뱀이 하나 구르고 있을 테니 그한테 이야기해 보세요. 그리고 원천강에 가시거든 내 신세를 좀 여쭈어 주세요. 나는 겨울에 뿌리에 움이 들어 정월이면 몸 속에 들고 이월이면 가지로 옮겨가고 삼월이면 꽃이 피는데 항상 맨 윗가지에만 꽃이 피고 다른 가지에는 피지 않으니 어찌 된 연유인지 알 수가 없답니다.”

“그래. 꼭 알아다 줄께.”

 

 

오늘이가 다시 길을 나서서 한 나절을 걸으니 푸른 물 넘실거리는 청수 바다가 펼쳐지는데 모래밭에 큰 뱀 한 마리가 뒹굴고 있었다. 오늘이가 다가가서 원천강 가는 길을 물으니 뱀이 말했다.

“원천강 가는 길 인도하기는 어렵지 않으나 내 부탁 하나만 들어주오. 다른 뱀은 여의주를 하나만 물고도 용이 되어 올라가는데 나는 여의주를 셋이나 물고서도 용이 못 되고 있으니 어쩌면 좋겠는가 알아봐 주세요.”

오늘이가 그러마고 약속을 하자 큰 뱀은 오늘이를 등에 태우고서 청수 바다로 스며들었다. 얼마를 헤엄쳐 갔는지 긴긴 여행 끝에 오늘이는 웬 낯선 땅에 이르렀다. 인적이 없는 낯선 땅을 한참을 걷다 보니 길가의 외딴 별층당에서 한 처녀의 글 읽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는 인간세상에서 온 오늘이라고 합니다. 부모님을 찾아서 원천강에 가고 있어요. 원천강은 어디에 있나요?”

“이 길을 한참 가다보면 우물에서 물을 긷고 있는 선녀들이 있을 거예요. 그 선녀들한테 물어보면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러더니 자기 사연을 덧붙였다.

“나는 매일이라고 합니다. 하늘나라 살다가 죄를 받아 여기서 매일 글을 읽게 되었지요. 원천강에 가거든 언제나 이 신세를 면할 수 있는지 알아봐 주세요.”

 

 

부탁을 받아든 오늘이가 다시 길을 나서서 한참을 가다보니 갈랫길이 나오는데 한쪽에 젊은 여자들이 슬피 울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오늘이가 다가가서 물었다.

“왜 이렇게 슬피 울고 계신가요?”

“우리는 하늘나라의 시녀들이랍니다. 천하궁 물 긷는 일을 소홀히 한 죄로 여기서 물을 푸고 있지요. 이 우물물을 다 퍼야 하늘로 돌아갈 수 있는데 두레박에 큰 구멍이 뚫려서 아무리 애를 써도 물을 퍼낼 수가 없어요.”

그 말을 들은 오늘이는 정당풀을 으깨어 뭉쳐서 구멍을 막은 다음 송진을 녹여서 막은 곳을 봉했다. 송진이 굳고 나서 두레박으로 물을 푸게 하니 물이 한 방울도 새지 않았다. 금방 우물물을 다 퍼내고 기뻐하는 선녀들에게 오늘이가 말했다.

“저는 부모님을 찾아 원천강으로 가고 있답니다. 어느 길로 가야 하나요?”

“걱정 말아요. 우리들이 함께 가 드릴께요.”

선녀들이 앞장서서 길을 잡아서 한참을 가다 보니 멀리 궁궐 같은 커다란 별당이 보였다.

“저기가 원천강이랍니다. 꼭 부모님을 만나세요.”

선녀들은 오늘이의 앞길을 축원해 주고서 하늘로 올라갔다.

 

 오늘이가 별당에 다가가 보니 집 주위에 만리장성을 둘렀는데 험상궂게 생긴 문지기가 대문을 막고 서 있었다.

“저는 인간세상에서 부모님을 만나러 온 오늘이입니다. 문을 열어주세요.”

“안 된다. 여긴 아무나 들어갈 곳이 아니야.”

오늘이가 아무리 사정해도 문지기는 막무가내였다. 오늘이는 눈앞이 캄캄해져서 땅에 주저앉아 통곡하기 시작했다.


 

오늘이는 백만리 인간 원방에서

처녀 단지 혼자 외로이

온갖 산과 물을 건너 온 고생 겪으면서

부모국이라고 이런 곳을 찾아왔는데

이렇게도 박정하게 하는구나

이 문 안에는 내 부모 있으련마는

이 문 앞에 내 여기 왔건마는

매일이는 소원성취 한다더라마는

원천강 신인들은 너무 무정타

빈 들에 홀로이 울던 처녀

천산 만하(千山萬河) 넘을 적에 외로운 처녀

부모국의 문 앞에 외로운 처녀

부모는 다 보았나, 내 할 일 다 하였나

박정한 문지기야 무정한 신인들아

그리웁던 어머님아 그리웁던 아버님아


이렇게 흐느끼니 돌 같은 문지기 심장에도 동정심이 생겨났다. 문지기가 안으로 들어가 그 사실을 고하니 이미 울음소리를 들은 신관이 아이를 안으로 들이라 하였다. 오늘이가 꿈인 듯 생시인 듯 안으로 들어가 신관 앞에 섰다.

“너는 어떤 아이인데 여기를 왔느냐?”

오늘이는 빈들에서 학의 새에 깃들어 홀로 살던 일부터 수만 리 길을 헤치고 부모를 찾아온 사정을 하나하나 이야기했다. 단상에 앉아 있던 신관 선녀가 이야기가 끝나기 전에 눈물을 지으며 뛰어 내려와 오늘이를 감싸안았다.

“그 먼 길을 어찌 찾아서 여기를 왔단 말이냐. 얘야, 우리가 너의 부모로다. 너를 낳던 날 옥황상제께서 우리를 불러 이곳을 지키라 하니 어느 영이라 거역할까. 몸은 비록 떠나왔으나 마음은 그곳에 남겼으니 너를 돌봐준 학은 우리가 보낸 것이란다.”

“어머니, 아버지……”

오늘이와 부모님이 두 손을 꼭 잡고서 지나온 이야기를 하자니 그 사연이 끝이 없었다.

 

 

다음날 부모님은 오늘이에게 원천강을 구경시켜 주었다. 높은 담장이 둘러쳐진 곳에 문에 네 개 있는데, 첫번째 문을 열고 보니 봄바람이 따스하게 부는 속에 진달래 개나리 제비꽃 붓꽃 갖은 봄꽃이 피어 있었다. 두번째 문을 열고 보니 뜨거운 햇살 속에 보리와 밀 같은 곡식과 채소가 무성했다. 세번째 문을 열고 보니 들판에 누런 벼가 황금빛으로 물결쳤다. 네 번째 문을 열고 보니 백설이 하얗게 세상을 뒤덮고 있었다.

원천강 구경을 마친 오늘이가 말했다.

“이렇게 부모님을 만났으니 제 소원을 이루었습니다. 여기를 오는 동안 부탁받은 일이 많으니 이제 돌아가렵니다.”

오늘이가 원천강에 오면서 부탁받은 이야기를 하자 부모님은 하나씩 답을 해주었다. 그리고 오늘이를 문밖까지 배웅해 주었다.

갔던 길을 되짚어 오던 오늘이는 먼저 별층당에서 글을 읽고 있는 매일이를 만났다.

“매일이님, 부모님을 만나뵙고 매일이님 일도 알아왔답니다. 저와 함께 가면 소원이 풀릴테니 함께 떠나요”

오늘이가 매일이와 길을 떠나 전날의 바닷가에 이르니 큰 뱀이 여의주 세 개를 입에 넣은 채 뒹굴고 있다.

“네가 왜 용이 못 되는지 알아왔단다. 바다를 건네주면 알려줄께.”

큰 뱀은 기뻐하면서 오늘이와 매일이를 등에 태우고 수만리 물길을 헤엄쳐 청수 바닷가에 이르렀다.

“네가 하늘에 못 오르는 건 여의주를 세 개나 물었기 때문이야. 하나만 물으면 용이 될 수 있다는구나”

그러자 뱀은 얼른 여의주 두 개를 뱉어서 오늘이에게 주고 하나만 입에 문 채 몸을 뒤틀었다. 뱀은 힘찬 소리와 함께 용이 되어 하늘로 날아 올라갔다.

다음은 연화못의 연꽃나무.

“윗가지에 핀 꽃을 처음 보는 사람에게 주면 가지마다 꽃이 핀다는구나.”

연꽃나무는 얼른 윗가지에 핀 꽃을 꺾어서 오늘이에게 주었다. 그러자 가지마다 꽃봉오리가 싹트면서 탐스러운 꽃이 송이송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오늘이와 매일이는 다시 길을 걸어 흰모래 마을 별층당에 이르렀다. 장상이가 예전처럼 글을 읽고 있었다.

“원천강에서 장상이님 일을 알아왔어요. 장상이님처럼 몇 년간 홀로 글만 읽어온 처녀를 만나 짝을 이루면 만년영화를 누리실 수 있답니다.”

“그래요? 세상에 그런 처녀가 어디 있을까요?”

“벌써 이렇게 모셔왔답니다. 매일이님이에요. 두 분이 짝을 이루시면 행복해지실 거예요.”

장상이와 매일이는 서로를 마주보며 손을 꼭 잡았다.

오늘이는 다시 전에 자기가 살던 마을로 가서 백씨부인을 찾아갔다. 백씨부인에게 부모님 만난 일과 오가며 겪은 일을 이야기하고 뱀한테서 받은 여의주 한 개를 선물로 드렸다. 그 후 오늘이는 옥황상제의 부름으로 하늘나라 선녀가 되어 원천강을 돌보며 사계절을 소식을 세상에 전하는 일을 맡게 되었다. 한손에 여의주, 한손에 연꽃을 든 채.


 

 아이들에게 오늘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나서

오늘이가 원천강을 찾아가는 게임판을 만들도록 주문했다.

게임판 모양도, 내용도 맘대로, 주사위도 맘대로.

 

역시 놀이에는 어른보다 아이들이 훨씬 빠르게 적응한다.

알아서 척척 여러 형태의 게임판을 완성해 놓고 게임까지 신나게 했다.

 

 

놀이에 빠져 떠들던 그 와중에도

 가슴에 달려 있던 명찰을  나름 멋있게 탈바꿈시킨 아이들도 있었다.

 

 

당굿 그림자료.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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