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무지렁이 총각은 그녀를 사모하는 마음을 접지 못하고, 그녀의 남편에게 접근하여 사냥을 함께 가자고 하였다가 그를 죽이고 혼자 마을로 돌아왔습니다.
이 소식을 접한 마을은 벌컥 뒤집어졌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뿔뿔이 흩어져 그를 찾아보았지만, 그녀의 남편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결혼한 지 1년도 안되어 과부가 된 그녀는 혼자서 몇 년을 살았습니다.
그때부터 무지렁이 총각은 그녀에게 접근하여 궂은 일을 가리지 않고 그녀를 도와주었습니다. 몇 해가 지났고, 그녀는 그가 자기의 남편을 죽였다는 사실도 모르고 그 총각의 정성에 감복하여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둘은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한 해에 아들을 하나씩 낳아 일곱 형제가 되어 남부러울 것 없이 행복한 날들을 보내었습니다.
어느 날, 비가 와서 사냥과 농사 모두 일을 하지 못하게 되어 일손을 놓고 마루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던 그는 마당에 떨어지는 빗물이 거품을 내는 것을 보고 한참을 웃는 것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이상하게 생각한 부인은,
“비가 와서 사냥도 못하게 되었는데 왜 웃으십니까.”
별 일 아니라고 하면서도 실실 웃는 남편이 이상해서 부인은 자꾸만 말해달라 하였습니다.
남편은 ‘세월도 이만큼 흘렀고, 옛 남편은 잊었을 것이야. 아이들도 이미 일곱형제나 되어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데, 설마 어쩌지는 않겠지.’ 하고 속으로 생각을 하여 그 때의 일을 모두 말해버렸습니다.
“마당에 떨어져 거품을 내는 빗물이 마치 당신의 전남편이 죽을 때 흘리던 핏물 같아서 웃었소.”
이미 많은 세월이 흘러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막상 그런 얘기를 들으니 부인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러나, 곧 정신을 차리고 아무렇지 않은 듯 시체가 어디에 있는지 물어보았고, 다음날 나무하러 가는 척하며 산에 올라가 전 남편의 시체를 수습하여 곧바로 관가로 달려가 통곡을 하며 자초지종을 설명하였습니다.
“비신굴에 사는 아무개는 제 남편인데 살인을 하였습니다. 전 남편을 죽이고 저와 결혼을 하여 살았는데, 지금까지 살인자인 줄 모르고 함께 살며 아들형제를 일곱이나 낳아 살아왔습니다. 모두 죽여주십시오.”
“네가 낳은 자식들까지 모두 죽이면 어찌 하느냐, 하나는 살리도록 하여라.”
“이런 종자를 그대로 두었다가 다시 이런 일을 저지르면 어찌하옵니까. 모두 죽여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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