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너스의 탄생
[그림이야기]①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신 비너스의 탄생 | ||||||||||||
레이디경향은 4월호부터 ‘작가 박희숙의 그림 이야기’를 연재한다. 그 첫 번째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신으로 불리는 비너스다. 산드라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을 시작으로 프랑수아 부셰의 ‘비너스의 화장’, 그린 티치아노의 ‘우르비노의 비너스’, 자크 루이 다비드의 ‘무장을 푼 마르스’까지 네 개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비너스는 그 아름다움에 취할 정도로 매혹적이다.
가장 아름다운 여신은 비너스다. 고대 로마신화에 따르면 비너스는 바다의 물거품에서 탄생했다. 이 물거품은 ‘하늘의 신’ 우라노스가 행한 잔인한 행위에 대한 복수로 아들 크노소스가 바다에 버린 우라노스의 정액 한 방울에서 만들어졌다. 비너스의 탄생을 가장 아름답게 표현한 작품이 산드로 보티첼리(1444/5~1510)의 ‘비너스의 탄생’이다. 여인의 신비한 아름다움이 절정을 이루고 있는 ‘비너스의 탄생’은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의 중앙 조개껍데기 위에 서 있는 비너스는 희미하게 반짝이는 흰 피부로 인해 마치 대리석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화면 왼쪽에는 미풍 아우라에게 단단히 끌어안긴 ‘바람의 신’ 제피로스가 날아오고 있다. 그 두 사람은 사랑의 여신 비너스를 해변으로 불어보내려 하고 있다. 화면 오른쪽에 있는 ‘계절의 여신’ 호라 중 하나가 해변에서 비너스를 맞으며 그녀를 위해 옷을 펼쳐들고 있다. 호라의 옷을 장식하고 있는 꽃은 그녀가 봄의 여신임을 알려주고 있다. 산드로 보티첼리는 이 작품에서 여신의 탄생을 묘사한 것이 아니다. 고대 시인 호메로스의 비너스의 탄생에 대한 찬가에 감명받아 탄생 후 키티라 섬에 도착한 여신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비너스의 탄생’은 메디치 가문의 주문을 받아 제작한 작품으로 1480년대 중반에 완성됐다.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비너스는 시모네타 베스푸치라는 여인이다. 그녀는 15세기 피렌체를 대표하는 미인으로서 메디치 가문의 한 사람이었던 줄리아노의 정부였다. 모든 여자는 비너스처럼 아름답다. 그렇지만 자신을 가꾸지 않으면 결코 비너스처럼 되지 않는다. 비록 남자의 정액에서 탄생했지만 여신 비너스는 자신의 아름다움만 믿고 있지는 않았다. 비너스는 이제 자신의 미모를 돋보이게 치장해 남자를 유혹하는 여자가 되었다. 천부적인 미모도 가꾸지 않으면 빛을 잃어버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프랑수아 부셰 ‘비너스의 화장’
대리석 같은 피부와 포동포동하고 육감적인 몸매인 비너스는 이 작품에서 자신의 관능미를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그녀는 다가올 쾌락의 즐거움으로 미소를 짓고 있다. 여자들만의 방에서 일어나는 내밀한 장면을 섬세하고도 화려하게 그려내고 있는 부셰의 이 작품은 유명한 미술품 수집가였던 스웨덴의 건축가인 칼 할르만이 주문한 6개의 문 장식을 위한 그림 중 하나로 제작된 작품이다. 부셰는 육감적인 몸매를 지닌 여인들의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그는 작품에서 이상적인 것과 현실적인 것, 밝음과 어두움을 뒤섞어놓아 화면을 즐겁게 구성했다. 비너스가 다가올 사랑을 위해 화장을 했으니 이제는 환락의 장소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맞이해야 할 시간이다. 사랑의 향기는 열어야만 하는 것이다. 사랑이 닫혀 있다면 향기는 바람처럼 날아가지 못한다. 비너스는 사람을 유혹하기 위해 꼭꼭 숨겨놓았던 자신의 향기를 아낌없이 날려보낸다. 그린 티치아노 ‘우르비노의 비너스’
창문 난간에 있는 둥근 은매화 나무는 비너스가 들고 있는 장미꽃과 더불어 결혼의 영원한 애정과 헌신을 상징하고 있다. 개는 주인에게 복종을 하는 충성스러운 동물. 이 작품에서 비너스의 발밑에 개를 그려 넣은 것은 부부가 결혼의 의무를 저버리지 않고 서로에게 정절을 지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 창가에는 두 사람의 하녀가 옷궤에서 옷을 꺼내고 있다. 그 옷궤는 결혼식 함이다. 신부의 옷이 들어 있는 옷궤에는 그 당시 보통 남녀의 누드가 그려져 있었다. 이 작품처럼 실내를 배경으로 등장하고 있는 누드는 그리스 로마 시대의 고전문학에 영향을 받아서 비롯돼 16세기 전반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이전의 누드화는 남성을 대상으로 표현돼왔다. 티치아노 베첼리오의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메시지는 사랑의 여러 가지 측면과 순결과 관능을 결합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사랑의 신 비너스는 몸을 열어 삶을 풍요롭게 만들 줄 알았다. 단지 그녀는 자신의 매력을 한 남자에게만 보여주지 못하고 여러 신에게 자신의 향기를 흘리고 다녔을 뿐이다. 비너스가 천국에 이르는 길을 열어주었기 때문에 강한 남자도 그녀의 향기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자크 루이 다비드 ‘무장을 푼 마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