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피아줌마 2007. 9. 21. 01:38
[그림이야기]①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신 비너스의 탄생

레이디경향은 4월호부터 ‘작가 박희숙의 그림 이야기’를 연재한다. 그 첫 번째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신으로 불리는 비너스다. 산드라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을 시작으로 프랑수아 부셰의 ‘비너스의 화장’, 그린 티치아노의 ‘우르비노의 비너스’, 자크 루이 다비드의 ‘무장을 푼 마르스’까지 네 개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비너스는 그 아름다움에 취할 정도로 매혹적이다.

‘비너스의 탄생’ 1486년경. 캔버스에 템페라.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 소장.
산드라 보티첼리 ‘비너스의 탄생’
가장 아름다운 여신은 비너스다. 고대 로마신화에 따르면 비너스는 바다의 물거품에서 탄생했다. 이 물거품은 ‘하늘의 신’ 우라노스가 행한 잔인한 행위에 대한 복수로 아들 크노소스가 바다에 버린 우라노스의 정액 한 방울에서 만들어졌다.

비너스의 탄생을 가장 아름답게 표현한 작품이 산드로 보티첼리(1444/5~1510)의 ‘비너스의 탄생’이다. 여인의 신비한 아름다움이 절정을 이루고 있는 ‘비너스의 탄생’은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의 중앙 조개껍데기 위에 서 있는 비너스는 희미하게 반짝이는 흰 피부로 인해 마치 대리석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비너스의 화장’ 1746년. 캔버스에 유채. 스톡홀름 국립 미술관 소장.
보티첼리는 고대 조각에서 영감을 얻어 비너스의 자세를 정숙하게 표현했다. 그는 검은색 선으로 비너스의 윤곽을 표현해 인물의 명료함을 강조했다. 또 비너스의 탄생을 알려주기 위해 고대 전설을 인용했다. 고대 전설에 의하면 장미꽃은 비너스의 탄생과 함께 생겨났다고 한다. 이 작품에서 비너스의 탄생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바로 조개껍데기와 화면에 떠다니는 장미꽃이다.

화면 왼쪽에는 미풍 아우라에게 단단히 끌어안긴 ‘바람의 신’ 제피로스가 날아오고 있다. 그 두 사람은 사랑의 여신 비너스를 해변으로 불어보내려 하고 있다. 화면 오른쪽에 있는 ‘계절의 여신’ 호라 중 하나가 해변에서 비너스를 맞으며 그녀를 위해 옷을 펼쳐들고 있다. 호라의 옷을 장식하고 있는 꽃은 그녀가 봄의 여신임을 알려주고 있다.

산드로 보티첼리는 이 작품에서 여신의 탄생을 묘사한 것이 아니다. 고대 시인 호메로스의 비너스의 탄생에 대한 찬가에 감명받아 탄생 후 키티라 섬에 도착한 여신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비너스의 탄생’은 메디치 가문의 주문을 받아 제작한 작품으로 1480년대 중반에 완성됐다.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비너스는 시모네타 베스푸치라는 여인이다. 그녀는 15세기 피렌체를 대표하는 미인으로서 메디치 가문의 한 사람이었던 줄리아노의 정부였다.

모든 여자는 비너스처럼 아름답다. 그렇지만 자신을 가꾸지 않으면 결코 비너스처럼 되지 않는다. 비록 남자의 정액에서 탄생했지만 여신 비너스는 자신의 아름다움만 믿고 있지는 않았다. 비너스는 이제 자신의 미모를 돋보이게 치장해 남자를 유혹하는 여자가 되었다. 천부적인 미모도 가꾸지 않으면 빛을 잃어버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프랑수아 부셰 ‘비너스의 화장’
프랑수아 부셰(1703~1770)의 ‘비너스의 화장’은 남자를 유혹할 줄 아는 현실 속의 여인을 표현한 작품이다. 관능적인 느낌의 이 작품은 비너스의 승리와 함께 쌍을 이루고 있는데, 부셰는 이 테마를 자주 표현했다. 그는 프랑스 궁정의 환락적인 분위기를 표현하기 위해 비너스라는 신화적 소재를 빌렸다.

‘우르비노의 비너스’ 1538년. 캔버스에 유채.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 소장.
이 작품에서 비너스는 옷을 반쯤 벗어 우윳빛 가슴을 드러낸 채 다른 여자들의 도움을 받아 화장을 하고 있다. 비너스는 비스듬히 누워 있는 황금색 장식의 소파는 욕망과 쾌락을 상징한다. 그 당시 이런 소파는 프랑스 궁정에서 침대 대용으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대리석 같은 피부와 포동포동하고 육감적인 몸매인 비너스는 이 작품에서 자신의 관능미를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그녀는 다가올 쾌락의 즐거움으로 미소를 짓고 있다.

여자들만의 방에서 일어나는 내밀한 장면을 섬세하고도 화려하게 그려내고 있는 부셰의 이 작품은 유명한 미술품 수집가였던 스웨덴의 건축가인 칼 할르만이 주문한 6개의 문 장식을 위한 그림 중 하나로 제작된 작품이다. 부셰는 육감적인 몸매를 지닌 여인들의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그는 작품에서 이상적인 것과 현실적인 것, 밝음과 어두움을 뒤섞어놓아 화면을 즐겁게 구성했다.

비너스가 다가올 사랑을 위해 화장을 했으니 이제는 환락의 장소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맞이해야 할 시간이다. 사랑의 향기는 열어야만 하는 것이다. 사랑이 닫혀 있다면 향기는 바람처럼 날아가지 못한다. 비너스는 사람을 유혹하기 위해 꼭꼭 숨겨놓았던 자신의 향기를 아낌없이 날려보낸다.

그린 티치아노 ‘우르비노의 비너스’
젊고 아름다운 여인이 커튼으로 반쯤 가려진 침대에서 벌거벗은 채 유혹하고 있는 모습을 그린 티치아노(1487년경~1576)의 ‘우르비노의 비너스’는 에로틱한 분위기의 비너스를 표현한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티치아노 전성기의 작품으로서 곤차가 가문의 귀도발도 델라 로베레와 줄리아 다 바라노의 신혼방을 장식하기 위해 제작했다.

비너스의 모습을 표현한 작품들은 16세기에 아주 흔한 소재 중 하나다. 원래는 결혼을 축하하는 의미의 그림으로 귀족들이 자신의 신혼방이나 침실의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심지어는 다산을 상징하기 위해 화가들에게 주문을 의뢰한 것이다.

티치아노는 이 작품을 위해 르네상스 시대 처음 기대어 누워 있는 누드를 주제로 한 조르조네의 잠자는 비너스의 모티브를 그대로 사용했다. 조르조네의 목가적인 작품을 티치아노는 가정적인 분위기로 바꾸어놓았다. 티치아노의 작품에서 비너스는 여신이 아니라 귀족 가문의 여성처럼 보이는 것이다.

‘무장을 푼 마르스’ 1824년. 캔버스에 유채. 브뤼셀 왕립 미술관 소장.
‘우르비노의 비너스’ 속의 비너스는 침대에 누워 화려한 보석 팔찌를 두르고 장미꽃 다발을 손에 쥐고 있다. 커튼 뒤로 보이는 독특한 모양의 기둥이 있는 창문은 우르비노의 궁전을 묘사한 것. 이 작품이 어디에 걸리게 될지를 암시한다.

창문 난간에 있는 둥근 은매화 나무는 비너스가 들고 있는 장미꽃과 더불어 결혼의 영원한 애정과 헌신을 상징하고 있다. 개는 주인에게 복종을 하는 충성스러운 동물. 이 작품에서 비너스의 발밑에 개를 그려 넣은 것은 부부가 결혼의 의무를 저버리지 않고 서로에게 정절을 지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 창가에는 두 사람의 하녀가 옷궤에서 옷을 꺼내고 있다. 그 옷궤는 결혼식 함이다. 신부의 옷이 들어 있는 옷궤에는 그 당시 보통 남녀의 누드가 그려져 있었다. 이 작품처럼 실내를 배경으로 등장하고 있는 누드는 그리스 로마 시대의 고전문학에 영향을 받아서 비롯돼 16세기 전반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이전의 누드화는 남성을 대상으로 표현돼왔다. 티치아노 베첼리오의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메시지는 사랑의 여러 가지 측면과 순결과 관능을 결합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사랑의 신 비너스는 몸을 열어 삶을 풍요롭게 만들 줄 알았다. 단지 그녀는 자신의 매력을 한 남자에게만 보여주지 못하고 여러 신에게 자신의 향기를 흘리고 다녔을 뿐이다. 비너스가 천국에 이르는 길을 열어주었기 때문에 강한 남자도 그녀의 향기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자크 루이 다비드 ‘무장을 푼 마르스’
자크 루이 다비드(1748~1825)의 ‘무장을 푼 마르스’는 비너스와 마르스의 금지된 사랑을 표현한 작품으로 남녀간의 성적 모험을 과감하게 묘사했다. 이 작품에서 비너스와 마르스의 사랑을 노골적으로 묘사하지 않았지만 침대에 비스듬히 앉아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상상하게 만든다.

이 작품에서 마르스와 비너스는 신들의 모습을 하고 있지 않다. 단지 보통의 사랑하는 연인들처럼 눈빛으로 서로 바라보고 있다. 비너스는 마르스의 허벅지에 손을 올려놓고 있고, 마르스는 창을 들고 있지만 그녀의 애무에 얼굴이 붉어지고 황홀한 표정을 짓고 있다. 마르스의 허벅지에는 비둘기가 입맞춤을 하고 있는데 그것은 두 사람이 사랑하고 있음을 상징하고 있다.

다비드는 노골적으로 남녀간의 사랑을 표현할 수 없었던 시대에 살았다. 따라서 그는 ‘신화’임을 강조하기 위해 마르스의 머리에는 관을, 비너스의 손에는 화관을 그려 넣었다. 그로 인해 오히려 그림이 어색해졌으나 그것만 제외하고는 매우 에로틱한 작품이다.